로언은 분명 어젯 밤 괴물의 습격을 받아 죽었어. 그런데 어떻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다시 나타날 수 있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 진실을 밝히려는 자,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자들의 게임 한복판에서 진실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포컵이 끝나고 우연히 진실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보이는 것도 반은 믿지 마라
로언의 시체가 사라졌다. 모든 흔적과 함께 감쪽같이. 이제부터 이야기는 탐정 스릴러 장르로 변주된다. 윔스는 무슨 속셈인지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웬즈데이는 거짓말쟁이로 몰리게 생겼다. 웬즈데이는 윔스의 거짓말에 장단 맞춰줄 생각은 없다.
로언이 도망갔을 거라고? 거짓말!
숲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들은 야생 곰의 소행이라고? 거짓말!
진실을 아는 것은 웬즈데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은 정치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윔스의 뒤를 봐주고 있고, 갤핀 보안관은 진실을 밝히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이 없다. 힘 있는 거짓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무결한 진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결정적 증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갤핀과 신경전을 벌이는 웬즈데이 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로언이 멀쩡히 네버모어에 나타났다. 분명 어젯밤 죽은 애가 어떻게?
“에드가 앨런 포는 말했다. ‘소문은 절대 믿지 말고 보이는 것도 반은 믿지 마라’ 네버모어 동문 최고의 명사가 여기서 그걸 깨달았나 보다. 그러니 약에 쩔은 미치광이가 됐지.”
난공불락의 섬
“왜 살인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는지 말해보렴. 관심 끌고 싶었니?”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죠? 어차피 거짓말로 결론냈으면서. 제가 본 건 확실해요.”
다시 돌아온 심리 상담 시간. 킨벗의 눈에 웬즈데이는 이미 거짓말쟁이다. (테라피스트가 이래도 되나?)
“학교생활은 어떠니?”
“사르트르는 타인이 지옥이랬죠. 제 첫 짝사랑이었어요.”
“부모님은 네가 너와 맞는 사람들을 찾길 바라며 널 네버모어에 보내신 거야. 더 큰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전 섬인 게 좋아요. 상어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섬.”
“네 반사회적 성향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니?”
“지금 절 거절하셔도 타격은 없을 겁니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은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1944)에 나오는 대사이다. 의미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타인이 자신을 규정하게 내버려두면 타인의 시선과 평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결국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없으므로 그것은 곧 지옥이다.
이 말은 웬즈데이가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웬즈데이는 괴짜들만 모인 네버모어에서조차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친구들의 기대, 사람들의 간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잠시 1화로 돌아가 보자. 이니드는 울프 각성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내심 웬즈데이에게 위로를 기대했지만 웬즈데이의 반응이 자기 기대와 어긋나자 “너 진짜 젬병이다”라며 비난했다. 제이비어는 웬즈데이를 구해준 후에 웬즈데이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대개 그냥 고맙다고 해”라며 사회적 관습을 강요했다. 킨벗 박사는 테라피 시간마다 자신의 잣대로 웬즈데이를 평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강요했다.
웬즈데이의 과거는 어떤가? 애완 전갈 네로가 눈앞에서 살해당했고, 동생은 끊임없이 괴롭힘당했으며, 엄마는 자기 이름을 우울한 아이라는 의미의 웬즈데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이제는 기숙학교에 강제 전학 당한 채 혼자 버려졌고, 웬즈데이의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치부하며 그녀의 경험을 왜곡하는 테라피스트의 사무실에 앉아있다.
나였어도 타인의 시선에 저항하며 주체성을 지키라는 사르트르의 철학에 매료됐을 거다.
사르트르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웬즈데이는 킨벗이 규정한 자신의 모습에 강고하게 저항함으로써 사르트르가 말한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자 한다.
졸 역할은 사절
“그런데 왜 맘이 바뀌었어?”
“남의 비열한 게임에 졸 역할 하는 건 사절이야.”
“로언 말이야?”
“걔 살해 현장을 목격했어.”
“근데 우리 다 오늘 아침에 걔를 봤거든. 매우 안 죽은 모습으로.”
“알아. 그래서 내가 실성했나 의심하게 되지. 생각만큼 전혀 재밌지 않아.”
로언의 죽음을 은폐하려는 누군가에게 물먹고 거짓말쟁이로 몰린 웬즈데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네버모어에 남기로 결심한다. 이제 우울한 아이 웬즈데이가 아니라 탐정 웬즈데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날 밤, 글을 쓰던 중 우연히 로언의 그림 귀퉁이에서 수상한 문양을 발견한 웬즈데이는 다음 날 윔스를 찾아가 로언과 이야기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로언이 퇴학당했으며 오후 첫 기차로 떠난다는 말뿐이다.
합창단, 궁수, 그리고 봉봉이
웬즈데이는 윔스의 감시 속에서 네버모어의 클럽들을 탐색한다. 동시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단서를 수집한다.
첫 번째 클럽은 비앙카가 속한 세이렌 합창단이다.
“We got scales on scales on scales on scales on scales on scales”(우린 비늘에 음계를 쌓고 쌓아 쌓고 쌓아간다네)
이 가사는 작가의 감각이 돋보이는 언어유희의 정수다. 무한히 반복되는 scales라는 단어가 보이는가? “scales”는 비늘과 음계를 동시에 뜻하며, 사이렌의 비늘이라는 시각적 특성과 음계라는 음악적 능력을 노래 가사 하나로 보여준다.
웬즈데이는 비앙카에게 로언의 사건에 대해 묻는다.
“나 기절한 다음에 누구한테 말했어? 보안관?”“평범이 경찰을 뭘 믿고? 곧장 윔스한테 가서 말했지.”
비앙카의 대답은 윔스가 로언의 시체를 발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윔스가 시체를 숨겼거나, 누군가가 그전에 시체를 치웠거나 둘 중 하나이다.
“What are you? Alto, soprano or just loco?”넌 뭐야? 알토, 소프라노 아니면 그냥 사이코?
비앙카의 도발에 웬즈데이는 ‘개만 들을 수 있는 초음파(2만 헤르츠 이상)로 답한다.
두 번째 클럽은 제이비어가 있는 양궁 클럽이다.
“네 룸메이트 로언 언제 마지막으로 봤어?”
“추수 감사제 때 보고 못 봤어. 근데 오늘 아침에 걔 짐이 싹 정리됐더라. 원래 좀 특이한 애였지만 요 몇 주는 더 불안정했어. 염력이 정신을 헤집어 놓거든, 그래서 좀 걱정됐지.”
뭔가 수상하다. 갑자기 짐만 싹 정리됐다니.
웬즈데이는 궁술을 가르치는 제이비어에게 퍼펙트샷을 보여준다. 웬즈데이, 넌 못 하는 게 뭐니?
세 번째로 클럽은 양봉클럽이다.
“고대 양봉술에 관심 있나? 난 유진 오틴저야.”
네버모어 봉봉이들의 창립자이자 클럽 회장 유진이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2500년 전 이집트, 4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체계적인 양봉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유진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유진과의 첫 만남은 이니드를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유진의 무채색 양봉 옷은 이니드의 화려한 색채와 달리 웬즈데이의 무채색 의상과 조화를 이룬다.
유진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태도는 이니드의 과장된 친화력과 달리 웬즈데이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이는 웬즈데이의 반응으로 이어지는데 웬즈데이는 이니드의 포옹은 거부했지만, 유진의 악수는 받아들인다.
이니드와는 첫 만남에서 갈등을 겪었던 것과 달리, 유진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순조로울 가능성을 암시한다.
가짜 로언
Thing은 웬즈데이의 명령으로 기차역에서 로언을 쫒지만, 로언이 중년 남자로 변신해서 사라지는 바람에 놓치고 만다. 이 중년 남자의 정체는 바로 윔스. 보이는 것도 반은 믿지 말라던 에드거 앨런 포의 말을 기억하는가. 교장이 변신 능력자이니 말 다했지.
이반 뇌제
화가 난 웬즈데이는 미행에 실패한 Thing을 다그치다가 선을 넘는 말을 한다.
“왼손은 실패 안 했을 거야.”
이건 마치 형이나 동생과 대놓고 비교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Thing에겐 어쩌면 그보다 더 아팠을지도. 이 말을 들은 Thing은 단단히 토라진다.
윔스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이니드의 도움이 필요해진 웬즈데이. 이니드는 Thing에게 사과하면 도와주겠다는 조건을 건다. 웬즈데이는 어쩔 수 없이 Thing을 찾아가 마지못해 사과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완고한 Thing의 태도에 속마음까지 털어놓는다.
“알아, 내가 고집 세고 외골수에 강박적인 거. 근데 위대한 작가는 다 그래. 그래, 연쇄 살인범도 그렇지. 요점이 뭐야? 털어놓을 얘기 없고 네 감정적 협박에 굴복 안 해. 알았어. 로언이 이걸 보여줬을 때 올 게 왔구나 싶었어.
That I’m going to be responsible for something terrible.
내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될 거란게 분명해졌지.
Not good terrible, like Ivan. Bad terrible” 이반 뇌제처럼 좋은 거 말고 나쁘게 끔찍한 거
Tsar Ivan IV the Terrible, 1897 – Viktor Vasnetsov
이반 뇌제는 러시아의 첫 번째 차르(황제)인 이반 4세이다. 그는 중앙집권 체제를 확립하고 영토를 넓혔지만 공포 정치로 인해 폭군이라는 평가도 받는 인물이다. 그의 별명인 뇌제(Грозный, Grozny)는 영어로 ‘terrible’ 이라고 번역되었다. terrible은 끔찍한 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등의 의미이다. 웬즈데이가 ‘good terrible’이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Thing을 대할 때 웬즈데이의 언행을 보면 마치 이반 뇌제와 마키아벨리(1화에서 언급)를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누구한테든 이 얘기 하면 너 끝내버린다.”
까마중
웬즈데이가 Thing과 극적으로 화해한 뒤, 이니드는 웬즈데이 대신 양봉클럽에 가고, 웬즈데이는 로언이 습격당한 숲으로 증거를 찾으러 간다. 거기서 우연히 타일러와 마주친다.
“진짜 괴물을 봤어? 근데 널 안 죽이려 했다고?”
“사실 날 로언한테서 구해줬어. 그 부분을 알아내려는 거야. 그래서 증거 찾으러 왔어. 로언이 살해됐고 내가 아직은 안 미쳤다는 증거.”
숲을 수색하다가 깨진 로언의 안경을 발견한 웬즈데이는 안경을 집는 순간 환영을 본다. 로언이 염력으로 가고일을 떨어뜨리고, 제이비어와 다투고, 어떤 책에서 예언이 그려진 페이지를 찢는 장면, 그리고 보라색 책이 보인다.
보라색 책이 실마리라 생각한 웬즈데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손힐과 마주친다. 손힐은 웬즈데이가 찾던 문양이 까마중이라는 비밀 학생 조직의 상징이라는 걸 알려준다.
※까마중(black nightshade)은 약재로도 쓰이는 식물로, 덜익은 열매에는 독성이 있다.
“전 남들이 절 싫어해도 무심한 척해요. 내심, 그걸 즐기죠.”
“절대 그걸 잃지마.”
“뭘요?”
“타인이 널 규정하게 두지 않는 거. 그건 재능이야.”
“늘 그런 거 같진 않아요.”
“가장 흥미로운 식물은 그늘 밑에서 자라는 법이지.”
웬즈데이는 손힐과 잠깐 대화를 나눈다. 늘 그런 거 같진 않다고 말하는 웬즈데이를 보며 왠지 마음이 짠했다.
포컵
웬즈데이는 보라색 책을 찾으러 제이비어의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비앙카가 포컵에서 이기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비앙카에게 설욕하기 위해 포컵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비앙카가 철저하게 짓밟혀서 패배의 쓴맛이 목구멍에서 타오르면 좋겠어.”
전교생이 모이고 포컵이 시작된다.
“딱 하나, 수염은 왜 빼먹었어?”
“또 물어보면 여덟 목숨으로 줄여주마.”
블랙캣 팀의 부선장이 된 웬즈데이의 재치 있는 답변. 이니드는 블랙캣이 된 웬즈데이가 꽤 마음에 드는 눈치다.
포컵은 레이븐 섬까지 카누를 타고 가서 깃발을 회수해 돌아오는 경주로, 각 팀의 배와 의상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오마주이다.
“각 기숙사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소설을 골라 주제를 정해.”
19세기 미국 작가이자 시인이었던 에드거 앨런 포는 미스터리, 슬픔, 광기, 살인, 유령, 그리고 복수를 소재로 한 섬뜩한 이야기들을 썼다. 팀별로 어떤 단편 소설을 골랐을까?
배의 좌현에 적힌 The Black Cat, 선수의 고양이 눈, 팀원들의 검은 고양이 의상. 웬즈데이 팀이 고른 작품은 ‘검은 고양이’이다.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주인공은 술에 취해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이 끔찍한 행위는 그의 내면에 잠재된 광기와 죄악을 일깨우는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 후, 주인공은 술집에서 죽은 플루토와 소름 끼치도록 닮은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홀린 듯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새로 온 고양이는 플루토와 달리 그를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피했다. 이러한 반응은 주인공의 뒤틀린 마음속에 증오를 싹트게 했고, 그는 점차 고양이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다.
결국, 광기에 휩싸인 주인공은 도끼를 들고 고양이를 해치려 하지만, 아내가 필사적으로 그를 막아선다. 이 순간, 분노는 극에 달하고 그는 아내마저 살해하고 만다. 완전 범죄를 꿈꾸며 아내의 시신을 벽 속에 감춘 주인공. 그러나 그의 완벽한 계획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무너진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벽 안에서 울려 퍼지는 고양이의 섬뜩한 울음소리가 모든 것을 폭로하며 그의 죄악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이 작품은 어두운 인간의 내면과 죄악의 본성을 다룬 공포 심리 소설이다.
선수의 풍뎅이 장식과 풍뎅이 그림, 팀원들의 노란 의상. 비앙카 클레이가 이끄는 사이렌 팀이 고른 작품은 ‘황금 벌레’이다.
황금 벌레는 키드 선장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설리번 섬에 숨겨둔 보물의 열쇠이다. 주인공 레그랜드는 이 황금 벌레를 단서로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여 보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다.
이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배의 우현에 적힌 The Pit and the Pendulum, 도끼, 종교재판소를 본 뜬 후드와 눈가리개. 이 팀이 고른 작품은 ‘구덩이와 진자’이다.
이 소설은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포로가 된 주인공의 끔찍한 경험을 다룬다. 주인공은 사형을 선고받고 중앙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덩이가 있는 감방에 갇혀 있다. 천장에 설치된 거대한 진자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며 그의 목숨을 위협한다. 그는 쥐들이 진자를 갉아먹도록 유도하여 구덩이에서 벗어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벽이 그를 구덩이로 밀어붙이며 또 다른 공포에 직면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덩이로 떨어지기 직전, 도시를 점령한 프랑스군에 의해 그는 극적으로 구출된다.
이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고딕 소설 중에서 서스펜스와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배의 우현에 적힌 The Amontillado, 그리고 광대 의상. 제이비어 팀이 고른 작품은 ‘아몬틸라도의 술통’이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 귀족 몽트레소르가 라이벌 포르투나토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치밀하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카니발 시즌, 몽트레소르는 술에 취해 광대 복장을 한 포르투나토에게 접근한다. 그는 지하실에 희귀한 와인인 ‘아몬틸라도’의 술통이 있다고 속여 포르투나토를 유인한다. 어두운 지하실 깊숙한 곳에서 그는 포르투나토를 사슬로 묶고 벽 속 좁은 공간에 가둔 뒤 벽돌을 쌓아 생매장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사악한 심리와 복수심이 얼마나 섬뜩하게 발현될 수 있는지 탁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웬즈데이는 경기 도중 크랙스톤 묘지에서 환영을 본다. 환영 속에서 웬즈데이를 빼닮은 소녀가 나타나고 ***“네가 열쇠야.”***라는 말을 남긴다. 열쇠라니 무슨 의미일까?
웬즈데이가 환영을 보는 사이 추월당한 검은 고양이 팀은 Thing의 활약, 이니드의 손톱, 웬즈데이의 전략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환희에 들뜬 이니드와 달리 웬즈데이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사람들이 무작위로 미소를 쏘아대서 불편해.”
Snap twice
사람들 주목이 불편했던 웬즈데이는 조용한 곳으로 피신하고 포의 동상 아래 앉아 잠시 숨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라색 책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한다.
“애들이 이따 같이 놀자는데? 걱정마, 죽지는 않아.”
“생각해 볼게.”
웬즈데이는 이니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웬즈데이가 더이상 난공불락의 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건 너무 외로우니까, 노을에 붙들린 저녁의 적막처럼.
웬즈데이는 그날 밤, 몰래 포의 동상으로 돌아가 수수께끼를 푼다. 수수께끼의 답은 “Snap twice”. 손가락을 두 번 튕기자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그르렁거리며 열린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환영 속에서 본 비밀 조직의 숨겨진 서재가 있다. 빛을 사냥하는 어둠의 하수인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서재를 둘러보던 웬즈데이는 책장에서 마침내 보라색 책을 발견한다. 찢긴 그림의 나머지 반쪽에는 정체 불명의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화염 속에 불길한 기운을 풍기며 서 있다.
웬즈데이가 책을 들고나가려는 그때, 누군가 웬즈데이를 납치한다.